등산(登山)/ 조식(曺植, 1501-1572, 遊頭流錄)
初等上面 (초등상면)
一步更難一步 ( 일보경난일보)
及趨下面 (급추하면)
徒自擧足 (도자거족)
而身自流下 (이신자류하)
豈非從善如登 (기비종선여등)
從惡如崩者平 (종악여붕자평)
처음 위쪽을 오를 때는
한 걸음에서 다시 한 걸음 딛기가 어렵더니,
아래쪽으로 내려올 때는 그저 발만 드는 데도
몸이 절로 흘러내려왔다.
어찌 善을 쫒는 것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고,
惡을 따름은 무너져내림과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
'종선여등從善如登', 종악여붕從惡如崩'은<국어國語>란 책에 처음 나온다.
산을 오를 때는 한 걸음 한 걸음 진땀을 흘린다. 오르기만 하니 근육이 뭉쳐 쥐가 난다.
조금만 가면 되겠지 싶은데, 좀체 고도는 올라가지 않는다.
내려올 때는 다르다. 올라올 때 그 힘들던 높이가 순식간에 휙휙 내려간다.
하나 하나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이다.
선행을 쌓아 덕망을 갖추기는 쉽지 않지만,
한순간의 실수는 평생 이룬 것을 단번에 무너뜨린다.
산을 등반하면서도 이런 생각을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땔 때마다 삶의 자리를 돌아보았다.
허투루 살지않았다.
/자료출처 : 한문학자 정민의 죽비소리 中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