忍饑(인기)/宋時烈(1607~1689),font color=black>
麋鹿之群 蓬蓽之廬 (미록지군 봉필지려)
窓明人靜 忍饑看書 (창명인정 인기간서)
고라니와 사슴의 무리
쑥대로 이은 집
창 밝고 사람은 고요한데
배고픔을 참고서 책을 보노라
/宋時烈의 書畵像自警(서화상자경)
송시열이
자신의 초상화에 얹은 글이다.
산야에 묻혀 쑥대집에 산다.
밤중에도 창 밖은 달빛으로 훤하다.
사방은 적막하다.
사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방안에선 묵묵히 책장 넘어가는 소리.
이따금
뱃속에선 꼬르륵 하는 소리.
배가 고프다.
속이텅비니,
깊은 밤중의 독서는 투명하고 명료하다.
비쩍 마른 몸에 이룬 것 없는 학문,
임금의 부름도 저버리고,
성인의 말씀도 따르지 못한 삶이 자꾸부끄럽다.
이대로 틀어앉아 책만 읽으며 이 삶을마치리라.
그의 이 글을 읽노라면 자꾸만 그날 밤
방안의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곤 한다
/鄭珉의 죽비소리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