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忍饑

몽블랑* 2013. 10. 1. 18:39

忍饑(인기)/宋時烈(1607~1689),font color=black>

麋鹿之群 蓬蓽之廬 (미록지군 봉필지려) 窓明人靜 忍饑看書 (창명인정 인기간서)

고라니와 사슴의 무리 쑥대로 이은 집 창 밝고 사람은 고요한데 배고픔을 참고서 책을 보노라 /宋時烈의 書畵像自警(서화상자경)

송시열이 자신의 초상화에 얹은 글이다. 산야에 묻혀 쑥대집에 산다. 밤중에도 창 밖은 달빛으로 훤하다. 사방은 적막하다. 사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방안에선 묵묵히 책장 넘어가는 소리. 이따금 뱃속에선 꼬르륵 하는 소리. 배가 고프다. 속이텅비니, 깊은 밤중의 독서는 투명하고 명료하다. 비쩍 마른 몸에 이룬 것 없는 학문, 임금의 부름도 저버리고, 성인의 말씀도 따르지 못한 삶이 자꾸부끄럽다. 이대로 틀어앉아 책만 읽으며 이 삶을마치리라. 그의 이 글을 읽노라면 자꾸만 그날 밤 방안의 풍경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곤 한다 /鄭珉의 죽비소리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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