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心醉

몽블랑* 2013. 10. 1. 18:33

心醉(심취)/李鈺(이옥, 1760-1812)

夫人之醉 在所醉之如何 (부인지취 재소취지여하) 不必待飮酒而後矣 (불필대음주이후의) 紅錄眩暈 則目或醉於花柳矣 (홍록현훈 칙목혹취어화류의) 粉黛駘蕩 則心或醉於艶婦矣 (분대태탕 칙심혹취어염부의) 然則是書之酣暢而迷人者 (연칙시서지감창이미인자) 何渠不若一石而五斗也耶? (하거불약일석이오두야야?)

대저 사람의 취함은 어떻게 취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반드시 술 마신 뒤를 기다릴 것은 없다. 붉은 꽃과 푸른 잎이 눈앞에 어질어질하면 눈이 혹 꽃과 버들에 취한다. 곱게 단장한 여인이 정신을 어지럽게 하면 마음이 혹 어여쁜 여인에게 취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이 사람을 달콤하게 취하게 하며 몽롱하게 만드는 것이 어찌 한섬이나 다섯말 술만 못하겠는가? /李鈺의 墨醉香序(이옥의 묵취향서)

유배지에서 술을 사마실 돈도 없고 책 한권 빌려볼곳 없던 무료함 속에서 때마침 이웃에서 책을 선물한다. 술꾼이 여러날 술에 굶주리다가 술단지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겠지. 정신없이 책에 빠져 열심히 읽다보니 눈에서는 꽃이 피고, 입에서 향기가 나와, 위장속의 더러운 피를 닦아내고 마음속에 쌓인 때를 씻어주며 정신이 편안하고 몸을 개운하게 하였다. 술먹고 취하는 것만이 취하는 것이 아니다. 꽃에 취하고 버들에 취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자태에 취하는 것도 취하는 것이지만 이토록 책에 달게 취해 몽롱한 흥취를 느껴보는 것이야말로 거나하게 취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매일 술에만 취하고 여색에만 취하는 주정뱅이 호색한은 이 거나한 흥취를 알 길이 없으리라~~ /정민의 죽비소리 독서편

'죽비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登山  (0) 2013.10.01
自警  (0) 2013.10.01
財物  (0) 2013.10.01
齊心澄慮  (0) 2013.10.01
벽(癖)  (0) 201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