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과 산빛 / 崔沆(최항)의 絶句
滿庭月色無煙燭 (만정월색무연촉)
入座山光不速賓 (입좌산광불속빈)
更有松絃彈譜外 (갱유송현탄보외)
只堪珍重未傳人 (지감진중미전인)
뜨락 가득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요
자리 드는 산빛은 청치 않은 손님일세
솔바람 가락은 악보밖을 연주하니
보배로이 여길뿐 남에겐 못 전하리
뜨락에 달빛이 흥건하다.
대낮같다.
자리를 깔고 앉으니
청한 일 없는 청산이
슬그머니 엉덩이를 걸치며 자리로 든다.
달빚 등불을 밝히고 마주 앉은 손님도 있으니
잔치의 구색이 갖춰진 셈인데 풍악이 없을 수 없다.
겅중겅중 솔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면서
악보로는 잡을 수 없는 가락을 들려준다.
산속의 호젓한 삶이지만 이런 뜻밖의 기쁨이 있다.
이 보배로운 기쁨을 남에게도 알려주고 싶지만
나는 아직 그 방법을 모르겠다.
말해주어 봤자 그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테니 말이다.
/정민의 한문학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