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의 詩감상에 앞서
歸去來辭는
서기 405년(晉나라) 陶淵明(365~427)이 41세 때,
최후의 관직인 팽택현(彭澤縣)의 지사(知事) 자리를 버리고
고향인 시골로 돌아오는 심경을 읊은 시로서,
세속과의 결별을 진술한 선언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4장으로 되어 있고
각 장마다 다른 각운(脚韻)을 밟고 있다.
제1장은
관리생활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가는 심경을
정신 해방으로 간주하여 읊었고,
제2장은
그리운 고향집에 도착하여 자녀들의 영접을 받는 기쁨을 그렸으며,
제3장은
세속과의 절연선언(絶緣宣言)을 포함,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담았으며,
제4장은
전원 속에서 자연의 섭리에 따라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아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을 쓰는 동기를 그 서문에서 밝혔는데,
거기에는 누이동생의 죽음을 슬퍼하여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나,
양(梁)의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의 《도연명전(陶淵明傳)》에는,
감독관의 순시를 의관속대(衣冠束帶)하고 영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오두미(五斗米:5말의 쌀, 즉 적은 봉급)를 위해 향리의 소인에게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하며,
그날로 사직하였다고 전한다.
이 작품은 도연명의 기개를 나타내는
이와 같은 일화와 함께 은둔을 선언한 일생의 한 절정을 장식한 작품이다.
歸去來辭(귀거래사) / 陶淵明 (도연명)
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 (귀거래혜 전원장무호불귀)
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 (기자이심위형역 해추창이독비)
돌아가자 논밭이 묵어 가는데 내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스스로 마음을 몸의 부림을 받게 하였으나 어찌 근심하며 슬퍼할 것 있으리
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 (오이왕지불간 지래자지가추)
實迷塗基未遠 覺今是而昨非 (실미도기미원 각금시이작비)
지난날 뉘우쳐도 고칠 수 없으니 다음부터 그르치는 일은 없으리
길을 잘못 들어 어긋났으나 그리 멀어진 것은 아니니 이제부터는 옳고 어제까지는 글렀음을 알겠노라.
舟搖搖以輕 風飄飄而吹衣 (주요요이경 풍표표이취의)
問征夫以前路 恨晨光之熹微 (문정부이전로 한신광지희미)
배는 흔들리며 가볍게 드놓이고 바람은 가볍게 옷자락을 날리누나
나그네에 앞길을 물어서 가니 희미한 새벽 빛이 한스러워라.
乃瞻衡宇 載欣在奔 (내첨형우 재흔재분)
僮僕歡迎 稚子候門 三徑就荒 (동복환영 치자후문 삼경취황)
집 근처에 도달하여 처마를 바라보고 기쁜 맘에 집으로 바쁘게 가니
하인은 반가이 마중을 하고 어린 아들은 문에 나와 기다리고 섰네
松菊猶存 携幼入室 (송국유존 휴유입실)
有酒盈樽 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 (유주영준 인호상이자작 면정가이이안)
정원의 작은 길엔 잡초가 우거져도 솔이며 국화는 그대로 남아있네
어린것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서니
술이 동이 가득 차 있네 동이와 잔을 당겨 혼자 마시며
정원의 나뭇가지 바라다보니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차누나
倚南窓以寄傲 審容膝之易安 (의남창이기오 심용슬지이안)
남쪽 창에 기대어 멋대로 앉았으니 작은 방이지만 편하기만 하구나
園日涉以成趣 門雖設而常關 (원일섭이성취 문수설이상관)
策扶老以流憩 時矯首而游觀 (책부노이류게 시교수이유관)
날마다 거닐어도 정원은 언제나 아취 있는 경치를 이루고
문은 달았으나 닫힌 채 그대로다
몸을 지팡이에 의지해 아무데서나 마음대로 쉬기도 하고
때로는 머리를 높이 들어 자유로이 사방을 둘러도 본다
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 (운무심이출수 조권비이지환)
景峠峠以將入 撫孤松而盤桓 (경상상이장입 무고송이반환)
구름은 산골짝을 돌아 나오고 날다가 지친 새는 돌아올 줄 아는구나
햇볕은 엷은 어스름에 가리어 서서히 서쪽으로 기우는데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나는 그 주위를 맴돌고 있다
歸去來兮 請息交以絶遊 (귀거래혜 청식교이절유)
世與我而相遺 復駕言兮焉求 (세여아이상유 복가언혜언구)
돌아와야지 그리고 바라는 것은 사귐을 그치고 어울려 노는 것을 멈추리라
세상은 모두 잊으리라 다시 수레에 올라 무엇을 바라랴
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 (열친척지정화 낙금서이소우)
農人告余以春及 將有事于西疇 (농인고여이춘급 장유사우서주)
이웃의 정겨운 이야기 즐겨 듣고 음악과 글을 즐기면서 세상 근심을 삭이리라
농부가 나에게 봄을 알리니 서쪽 밭에 나가 일을 해야지
或命巾車 惑棹孤酒 (혹명건차 혹도고주)
旣窈窕以尋壑 亦崎嶇而經丘 (기요조이심학 역기구이경구)
때로는 수레 타고 때로는 배를 저어 구불구불 깊은 골짝을 찾아가고
높고 낮은 오르막길 언덕을 지나 산수의 경치를 즐겨보리라
木欣欣以向榮 泉涓涓而始流 (목흔흔이향영 천연연이시류)
善萬物之得時 感吾生之行休 (선만물지득시 감오생지행휴)
물오른 나무들은 꽃망울 부풀리고 샘은 퐁퐁 솟아 넘쳐흐른다
만물은 때를 얻어 즐거운데 갈수록 나의 생은 저무는구나
已矣乎 寓形宇內復幾時 (이의호 우형우내복기시)
曷不委心任去留 胡爲乎遑遑欲何之 (갈불위심임거류 호위호황황욕하지)
모든 것은 이미 끝이 났구나 얼마나 이 세상에 살아 있으랴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어찌 가고 머뭄 마음에 맡겨 자연에 따르려 하지 않으랴
富貴非吾願 帝鄕不可期 (부귀비오원 제향불가기)
懷良辰以孤往 或植杖而耘 (회양진이고왕 혹식장이운)
어딜 그렇게 서둘러 가려는가 부귀는 내가 원하는 것 아니고
신선의 나라는 바랄 수도 없는 것 좋은 시절 알아서 혼자서 가고 지팡이에 기대 김 매고 북돋운다
登東皐以舒嘯 臨淸流而賦詩 (등동고이서소 임청류이부시)
聊乘化以歸盡 樂夫天命復奚疑 (요승화이귀진 낙부천명복해의)
언덕에 올라 노래 부르고 시냇가에 앉아 시를 짓는다
사는 동안 자연의 조화를 따르다 마침내 돌아가면 되는 것이니
천명을 즐겼으면 그만이었지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