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심지/홍길주

몽블랑* 2022. 12. 22. 14:58

심지/洪吉周

 

公州膩觸 國中之有名稱者 (공주니촉 국중지유명칭자)

其淨潔明徹 無異寶珠 (기정결명철 무이보주)

近有見遣者 燃以炤書 (근유견유자 연이소서)

昏不可辨其行墨 挑之彌暗 剔之愈翳 (혼불가변기행묵 도지미암 척지유예)

細察之 取膩非不潔也 造燭非不精也 (세찰지 취니비불결야 조촉비불정야)

燒短非不遲也 直孼由心莖之麤耳 (소단비불지야 직얼유심경지추이)

始悟心粗者 雖有好材具 不可以察事物 (시오심조자 수유호재구 불가이찰사물)

/洪吉周(1786-1841)의 睡餘演筆中에서

*

*

공주의 초는 나라에서 유명한 것이다.

그 정결하고 투명함이 보배론 구슬과 다름없다.

근래 누가 보내준 것이 있길래 밝혀서 책을 비추었더니 어두워 글씨를 분간할 수 없었다.

돋울수록 더 어두워지고 파낼수록 점점 흐려졌다.

가만 살펴보니 기름도 깨끗했고, 만듦새도 아주 정밀했고, 타서 줄어듦도 더뎠다.

다만 문제는 심지가 거칠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깨달았다.

마음이 거친 자는 비록 좋은 재료와 도구를 지녔다해도 사물을 관찰할 수 없슴을 말이다.

/홍길주(1786-1841)의 수여연필中에서

*

*

공주산의 밀초는 맑고 투명해서 그것으로 전국에 이름이 높았다.

그런데 투명한 밀초로 불을 밝혔는데, 정작 불빛은 환하지 않았다.

깨끗한 기름을 써서 정밀한 솜씨로 만들었지만, 

나쁜 심지를 쓰는 바람에 앞서의 모든 공이 빛을 바래고 말았다.

다 좋았는데 심지가 올바로 박히지 않았던 것이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훌륭한 교육을 받고 남들이 부러워할 자태를 지녔다 해도

마음이 올바로 박히지 않으면 그 지닌 바 물질이나 지위로 인해 사회의 좀이 되고,

남에게 해악을 끼친다.

아무짝에 쓸모 없는 인간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는다.

사람도 심지가 옳게 박혀야 한다.

/정민의 죽비소리中에서

 

 



Children's Waltz / Michael Hoppe

'죽비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俗物/송시열  (0) 2022.12.20
共樂/박제가  (0) 2019.01.23
고식(姑息)  (0) 2015.04.29
是非  (0) 2013.10.01
貪慾  (0) 201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