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春望賦

몽블랑* 2013. 10. 1. 09:21

춘망부(春望賦)/이규보(李奎報)

봄날이 한창 화려하길래 / 欣麗日之方酣 높은 데 올라 바라보니 / 聊登高以游目 봄 비가 갓 개어서 / 穀雨始晴兮 나무는 번들번들 멱감은 듯 / 濯濯樹容之新沐 먼 강물이 늠실늠실 / 遠水蕩漾 버들가지는 파릇파릇 / 麴塵浮綠 비둘기 울며 깃 떨치고 / 鳩鳴拂羽 꾀꼬리 진목에 모여든다 / 鶯集珍木 온갖 꽃 피어서 비단 장막인데 / 衆花敷兮錦幛張 푸른 숲이 섞이니 아롱다롱하다 / 雜以靑林兮一何斑駮 풀은 우거져 짙푸른데 / 草芊眠兮碧滋 소들이 벌판 가득 뜯어 먹고 / 牛布野兮散牧 소녀들 바구니 들고 뽕을 따는데 / 女執筐兮採稚桑 옥 같은 손으로 가지를 당기네 / 援柔枝兮手如玉 민요를 주고받으니 / 俚歌相和 무슨 타령, 무슨 곡인고 / 何譜何曲 길 가는 이, 앉은 이, 가고오는 이 / 行者坐者去者復者 모두 다 따뜻한 봄날에 흥겨움 주체하지 못하는 듯 / 感陽煕煕其氣可掬 그러나 내 바라봄이 다만 이 뿐이면 / 鬱予望之止兹 구구하고 옹색하다 / 何區區而齪齪 가령, 궁중에 해가 길고 / 有若丹禁日長 만기(萬機 임금의 여러 가지 국무)가 한가한데 / 萬機多簡 화창한 봄 흥을 느껴 / 感韶光之駘蕩 때로 높은 누에 올라본다 / 時登覽乎飛觀 두두둥 갈고(羯皷 당 현종이 애용하던 서역에서 들어온 북) 소리에 / 羯鼓聲高 살구꽃이 모두 활짝 피는데 / 紅杏齊綻 장안의 화려한 경광을 바라보매 / 望神州之麗景 임금의 기쁨이 그지없어 옥잔에 술이 가득하니/ 宸歡洽兮玉觴滿 이는 봄을 바라봄의 부귀요 / 此則春望之富貴也 저 왕손과 공자들이 / 彼王孫與公子 호탕한 벗들과 함께 봄놀이 할제 / 結豪友以尋芳 뒷 수레에 실은 기생들 / 後乘載妓 노랑 소매에 붉은 치마 / 茜袂紅裳 아무 데나 머물러 자리 깔고 / 隨所駐兮鋪筵 피리 불며 생황 불며 / 吹瑶管兮吸玊簧 비단 같은 빨강 파랑들을 / 望紅緑之如織 거나한 눈으로 바라보며 건들거리니 / 擡醉眼以倘佯 이는 봄을 바라봄의 화사함이요 / 此則春望之奢華也 고운 아낙네 독수공방 / 有美婦人兮守空閨 탕자 낭군을 천 리 밖에 이별한 뒤 / 別宕子兮千里 소식이 까마득하여 / 恨音塵之迢遞 맘 붙일 곳 가이 없어 / 情搖搖其若水 쌍으로 나는 검은 제비를 바라보며 / 望漆䴏之雙飛 난간에 의지해 눈물을 흘리나니 / 倚雕櫳而流淚 이는 봄을 바라봄의 애원이요 / 此則春望之哀怨也 멀리 떠나는 친구를 전송할제 / 故人遠遊兮送將行 가랑비 내려 축축하고 버들잎은 푸르른데 / 雨浥輕塵兮柳色青 노래 세 가락에 / 三疊歌闋 떠나는 말도 슬피 운다 / 別馬嘶鳴 높은 언덕에 올라 바라보니 / 登崇丘兮望行色 봄 안개 자욱하여 애를 끓나니 / 烟花掩苒兮蕩情 이는 봄을 바라봄의 이별의 한이요 / 此則春望之別恨也 또 가령, 출정 군사가 멀리 관산 밖에 가 / 至若征夫邈寄乎關山 변방 풀이 두 번째 돋아남을 보거나 / 見邊草之再榮 귀양가는 사람이 남방 상수에 가서 / 逐客南遷乎湘水 어둑어둑한 푸른 신나무를 바라볼 때면 / 望青楓之冥冥 모두 다 머리를 쳐들고 넋 잃은 듯이 서서 / 莫不翹首延佇 가슴 가득 깊은 한(恨)에 잠기리니 / 抱恨怦怦 이는 억지로 집 떠난 자의 봄날 바라봄이다 / 此則春望之覊離也 나는 아노라, 여름날 바라봄은 / 吾知夫夏之望兮 무더위에 얽매이고 / 拘於蒸暑 가을은 쓸쓸 / 秋專蕭瑟 겨울은 칩복 / 冬苦凝閉 이 세 철은 하나에 치우쳐 / 兹三者之偏兮 변화가 없음을 / 若昧變而一泥 그러나 이 봄날의 바라봄은 / 唯此春望 경치와 형편에 따라 / 隨物因勢 바라보아 기쁘기도 하고 / 或望而和懌 바라보아 슬프기도 하며 / 或望而悲淚 혹은 흥겨운 노래 / 或望而歌 혹은 시큰한 눈물 / 或望而涕 사물에 부딪쳐 느끼나니 / 各觸類以感人兮 그 심서 천인가 만인가 그지없네 / 紛萬端與千緒 그러면 농서자(隴西子 작자의 한 호(號)) 같은 이는 어떠한가 / 若隴西子者何爲哉 취하여 바라보면 즐겁고 / 醉而望也樂 깨어서 바라보면 서러우며 / 醒而望也哀 궁할 때 바라보면 구름 안개가 막혀 있는 듯 / 窮而望則雲霧塞 달하여 바라보면 해가 환히 비춰서 / 達而望則天日開 기쁠 만하면 기쁘고 / 可以喜則喜 슬플 만하면 슬프니 / 可以悲則悲 제법 경우를 쫓고 기회를 따라 사물과 함께 추이하여 / 誠能遇境㳂機與物推移

[주B-001]부(賦) : 시나 산문이 아닌 운문인 점에서는 사와 비슷하나 서술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사와 구별되는데, 〈이소(離騷)〉와 〈풍부(風賦)〉같은 것은 부인지 사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주D-001]버들가지[麴塵] : 국진(麴塵)은 원래 글자대로 누룩에 생기는 담황색 티끌 같은 균(菌)으로 전(轉)하여, 담황색 옷[鞠衣]을 비유한다. 우교(牛矯)의 〈버들가지〉시(詩)에, “춤추는 치마는 새로 국진 나(羅)를 물들였네.”란 구절이 있다. [주D-002]버들잎은 푸르른데 : 왕유(王維)의 〈위성곡(渭城曲)〉에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셨는데, 객사에 푸릇푸릇 버들잎이 새로웠네[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하였다. [주D-003]노래 세 가락 : 위성(渭城)에서 친구를 송별하며 읊은 왕유의 〈위성곡〉이 악부(樂府)에 편입되어 송별할 때 부르는 노래가 되었는데, 반복하여 부르는 데서 양관삼첩(陽關三疊)이라 한다. [주D-004]상수(湘水) : 호남성(湖南省)에 소수(瀟水)와 병칭 합류되는 동정호(洞庭湖)로 들어가는 강. 초(楚)의 굴원(屈原)이 이를 건너며 원망하였고, 한(漢)의 가의(賈誼)도 이를 건너며 굴원을 조상했다.

'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題驛亭壁上(제역정벽상)/ 無名氏  (0) 2013.10.01
詩의 마음  (0) 2013.10.01
言事  (0) 2013.10.01
花非花  (0) 2013.10.01
歲月不待人  (0) 201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