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詩의 마음

몽블랑* 2013. 10. 1. 16:00

詩의 마음 / 丁若鏞 

奏樂者始作金聲之 及終上振之 純如繹如翕如也 주악자시작금성지 급종상진지 순여역여흡여야 於是乎章成 天以一歲爲一章 어시호장성 천이일세위일장 其始也 旉蕃간염 百華芬郁 기시야 부번간염 백화분욱 及其終也 의染장塗 爲之朱黃紫綠 급기종야 의염장도 위지주황자록 洋洋之亂 照耀人目而後 收而藏之 양양지란 조요인목이후 수이장지 所以顯其能而光其妙也 소이현기능이광기묘야 若使商풍一動 蕭蕭然不復振發 약사상풍일동 소소연불복진발 一朝廓然隕落 其尙曰成章云乎哉 일조막연운락 기상왈성장운호재 余山居數年 每遇紅樹之時 차具酒爲詩 以歡一日 여산거수년 매우홍수지시 차구주위시 이환일일 誠亦有感於曲終之奏也 성역유감어곡종지주야 /茶山 丁若鏞의 游蓮社觀紅葉詩序 (다산 정약용의 유연사관홍엽시서)

음악을 연주하는 자는 금속악기로 시작해서 마칠때는 소리를 올려 떨친다.

순수하게 나가다가 끊어질듯 이어지며 마침내 화합을 이룬다 이렇게 해서 악장이 이루어진다

하늘은 일년을 한 악장으로 삼는다 처음에는 싹트고 번성하며 곱고도 어여뻐 온갖 꽃이 향기롭다 마칠때가 되면 곱게 물들이고 단장한 듯 색칠하여 붉은 색과 노란 색, 자줏빛과 초록빛을 띤다 너울너울 어지러운 빛이 사람의 눈에 환하게 비친다 그러고 나서는 거둬들여 이를 간직한다.

그 능함을 드러내고 그 묘함을 빛내려는 까닭이다. 만약 가을바람이 한 차례 불어오자 쓸쓸해져서 다시 펼쳐 피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텅 비어 떨어진다면 그래도 이것을 악장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내가 산에 산 지 여러 해가 되었다 매번 단풍철을 만나면 문득 술을 갖추고 시를 지으며 하루를 즐겼다 진실로 또한 한 곡이 끝나는 연주에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백련사에 노닐면서 단풍잎을 구경하고 지은 시의 서 *(註)백련사는 다산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에 있는 사찰임

한 곡의 음악에도 시작이 있고 절정이 있고 대단원이 있다. 처음엔 느직이 해맑은 가락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호흡이 거칠어졌다가 더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여러 악기가 일제히 제 소리를 내며 밀고 당기는 드잡이질을 한다. 마침내 최고조에 달하여 듣는 숨이 가빠질때면 슬며시 여운을 남기며 소리를 거둔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도 조물주가 내려준 4악장의 교향악이다. 꽁꽁 언 대지를 녹이며 꽃들이 피어난다. 세상은 경이로 가득 차서 믿지 못할 눈앞의 기적에 눈을 동그랗게 뜬다 꽃 진 자리에 새잎이 나고 연두색이 짙은 초록으로 변해가면서 사물이 자란다. 그 따가운 볕에 열매는 익어 고개를 숙인다.

단풍은 대지 위에 온통 알록달록한 비단을 펼쳐 놓았다. 어느 틈에 나무들은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빈손으로 예배를 올린다. 다시 찬 바람이 낙엽을 쓸어간다. 정결한 대지 위엔 흰 눈이 덮혀 편안한 안식의 자리를 마련한다.

시의 눈, 문학의 마음은 이런 대지의 노래, 조물주가 들려주는 악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감사와 찬미의 눈길로 고마움에 화답하고 그것을 노래하여 예의를 갖추는 것이다. /鄭珉의 다산어록 淸賞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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