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충남 보령)대화식당 '세모국'

몽블랑* 2009. 3. 14. 11:38

보령 대화식당의 세모국

'해초'양과 '굴'군이 만났을때…속풀이 '완벽궁합'이지유~ 갯바위 붙어있는 해조류 넣고 끓여…보령-서산 일대 최고의 해장국

'식도락(食道樂)'은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다. 겨울철 서해안을 향하는 여정은 별미에 대한 기대와 겨울바다의 낭만이 함께 있어 즐겁다. 특히 대천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충남 보령은 수도권에서 2시간 남짓한 거리로 '뻘굴', '간재미' 등 계절의 진미를 맛볼 수 있어 인기 여행지로 꼽힌다.

여기에 별미 하나 추가.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세모국'이라는 속 풀이 특효 음식이 있다. 충청서해안 일원에서 자생하는 '가시리'라는 해조류에 굴을 넣고 말갛게 끓여낸 것이 서해의 짭조름한 기운과 갯가 특유의 미각이 한데 어우러진 듯한 그런 각별한 맛을 담아낸다. 겨울철 서해 미식거리의 대명사격인 '천북굴'에 소주 한 잔, 그리고 속 풀이 세모국 한 그릇은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미식기행 조합이 된다.

▲ 대화식당

"세모국 잡숴 보셨슈?"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다보면 실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참으로 작은 땅덩어리에 이토록 별밋거리가 넘쳐 날 수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같은 재료를 두고도 고개를 넘고 강을 건너면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태어나기 일쑤다. 바로 '토속 별미'의 묘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토속 음식이라는 게 크게 예측이 빗나가지는 않는다. 무슨 재료를 써서 조리하고 맛은 어떻겠거니 하는 대충 감이 가는 것들이다. 그러나 충남 보령에서 만난 '세모국'은 식재료부터 그 맛까지가 전혀 뜻밖이었다.

서해안 보령-서산 등 충청 해안-도서일원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세모국은 이 지방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해장국으로 통하는 음식이다. '세모'라는 해조류를 굴-바지락 등과 함께 넣고 시원하게 끓여 낸 속 풀이 국이다.

세모는 김처럼 갯가 바위에 붙어 자라는 해조류이다. 충남-전북 서해안 일원이 주 자생지로 보령 외연도 일원 산지에서는 '가시리'라 부른다. '가시처럼 생겼지만 가시와는 다르다(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추측 건데 '가사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세모국 재료

'세모'라는 이름을 얻은 것도 그다지 오래되지는 않았던 듯 싶다.  보령의 대표적 세모국 집으로 통하는 '대화식당' 주인 김복점씨(57)가 '세모'라는 이름의 탄생 일화를 들려준다.

"20년 전 서울허구 대전서 오신 교수님덜(생물학과)이 우리 집서 밥을 잡숫다가는 '국에 들어 있는 것을 첨 본다'면서 가는털처럼 생겼으니 '세모'라고 불러야 쓰것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메뉴판에도 '세모'라고 써붙였지유."

25년 전부터 세모국을 끓여 왔다는 김복점씨는 "사람들 입이 참 묘하지유. 어찌 그리 구하기 힘든 것들은 한결같이 맛있어 하고 좋아하는지 말이유" 라며 말을 잇는다.

김씨에 따르면 세모는 나는 곳, 자라는 시기가 정해진데다 채취도 까다로운 등 얻는데 품이 많이 가는 식재료이다. 설 쇠고 2~3개월 정도 반짝 나기 때문에 이른 봄에 일년치 쓸 것을 다 준비해 둬야 한다. 김씨는 세모를 고향 외연도에서 가져온다. 물이 빠지면 바위에 붙어 있는 세모를 일일이 손으로 뜯어 채취한다. 작은 포자가 성장해봐야 3~4cm 크기로 자라는 통에 손으로 따기가 결코 쉽 지 않지만 이 방법을 고수한다. 전복껍데기로 긁어대면 채취는 쉽지만 굴껍질, 돌가루 등이 따라 붙 어 지근거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손으로 정성스레 딴 것을 민물에 씻은 후 볕에 말려 건조상태로 가져온다. 가격도 비싸다. 마른 것 1kg에 10만~17만원 선이다.

"그래봐야 이걸루다가 30그릇이 나올까 말까해유."

하지만 결코 비싸다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어려서 세모 따는 고생을 체험 해봤기에 그 값어치를 인정해주고 싶다. 세모와 함께 이 집 세모국의 맛을 내는 비결 중 하나가 자연산 굴이다. 보령 앞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호도에서 나는 것을 가져다 쓰는데, 유독 육질이 쫄깃하기 때문이다.

"달러유. 같은 서해안 것이래두. 아주 그냥 통통허니 톡톡 튄다니께유."

▲ 서해의 맛과 분위기를 한가득 담았나? '세모국'은 특이한 만큼 그 맛 또한 시원짭조름한 보기 드문 별미이다.

호도에서는 사리(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시기)때에만 굴이 나온다.

조금때나 굴이 나지 않는 철에는 조갯살과 바지락으로 대신한다. 그토록 시원하고 맛나다는 세모국을 끓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물에 생굴 마늘다짐, 파, 세모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그만이다. 2~3분이면 완료. 간은 천일염으로 한다.

"육수 같은 것은 필요 없시유. 생선도 물이 좋으면 그 자체가 훌륭한 육수감이지유. 역부로 육수를 만들면 본래 맛이 떨어져유. 당연히 조미료도 필요 없쥬."

한번 끓여 놓은 세모국은 당장 먹어야 한다. 식어 퍼지면 세모가 응고돼 덥혀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물 맛이 궁금하다. 굴국도 아닌 것이 시원 짭짤하다. 뭐랄까, 서해의 짭조름한 기운과 갯가 특유의 미각이 한데 어우러진 듯한 그런 맛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개운한 뒷맛이 일품이다. 부드러운 듯 오돌오돌 살짝 씹히는 세모와 쫄깃한 굴 맛은 덤이다.

한 숟가락을 머금은 순간 서해가 음미되고, 두 숟갈을 뜨면서는 속 풀리는 '어~허' 소리가 절로 나온다.

맛깔스런 세모국. 몸에는 얼마나 좋을까. 세모에는 다시마와 비슷한 비타민, 무기질 등이 포함돼 있고, 알긴산 성분이 있어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시켜 주는 천연 건강식품이다.

"나는 구체적인 영양가 그런 거 잘 몰러유. 기냥 몸에 좋다고덜 하시면서 시원하게 한그릇 다비우고, '여그 한 그럭 더 줘유' 하시는 것만 뵈니께. 술 마신 다음날 속이 여북 껄끄러워요? 근디 기냥 한 그릇씩 비우는 것을 보면 속풀이에는 좋은 갑더라고요. 그리구 세모가 다시마처럼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도 좋구, 자연산 굴하구 잘 맞아유."  

세모국 상차림에 따라 오르는 밑반찬도 서해안 느낌이 물씬 풍긴다. 파래무침, 오징어+갈치젓갈, 해물 부침개에 시래기볶음, 냉이무침, 콩자반, 장아찌, 깻잎김치, 배추김치 등 맛깔스럽고 토속적인 반찬이 함께 오른다.

▲ 김복점 사장

김복점씨의 손맛과 세모국에 반한 사람들은 일단 보령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하면 아침이면 대화식당으로 자동 출근한다. 최불암, 강부자, 박은수씨 등 유명 탤런트와 심대평, 류근찬, 오연교 씨 등 정치인들도 단골로 찾는다.

김복점씨의 세모국이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기까지는 어린시절부터 단련된 손맛이 주효했다. 멸치 사업을 하던 부모님을 돕느라 하루 30~40인분 식사를 도맡아 챙기며 음식 솜씨를 터득했다.

김씨는 한마디로 '손대중 눈대중의 달인'이다. 조리를 하며 결코 간을 보는 법이 없다. 그래도 간이 기가 막히게 잘 맞는다. 손맛 또한 타고났다. 고향 외연도에서는 어릴적부터 잔칫집에 불려 다닐 정도로 손끝이 매웠다.

"암튼 '복점이가 했다' 하면 동네 어른들이 다 맛있어 했으니께요, 아줌니들이 '복점이 손끄터머리에는 뭐시 달렸나벼' '복점이 같은 며느리가 들어와야 하는디~', 칭찬이 자자했지유."

김씨가 식당주인으로 일가를 이루기까지는 적잖은 개인적 희생이 뒤따랐다. 젊은 날엔 살기가 바빠서 혼기마저 놓쳐 버렸다. 8남매 중 셋째로 일찍 어머니를 여읜 후, 다섯 동생을 거두며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동생들은 결혼해 잘 살고 있다. 김씨는 본래 섬사람으로 누구보다 생선 맛을 잘 알고 있어 서해안 제철 생선 요리에도 자신이 있다.

이 집에서는 조기탕, 우럭탕, 간재미탕, 아구탕, 갈치탕, 대구탕을 각 1만2000원에, 간재미무침, 주꾸미볶음 각 3만원, 우럭찜-아구찜은 3만~5만원선에 맛볼 수 있다.

▶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대천 IC~보령읍 동대동 1465번지 대화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