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粔籹

몽블랑* 2013. 10. 1. 08:42

자네
음식 중에 강정이란 것을 못 보았는가?
쌀가루를 술에 재어 누에만하게 잘라 따뜻한 구들에 말려 
기름에 튀겨내면 모습이 누에고치처럼 되네.
깨끗하고 아름답지만 속은 텅 비어 먹어봤자 배를 부르게 하기 어렵지
게다가 잘 부서져서 불면 눈처럼 날린다네.
그래서 겉은 번지르하면서 속은 텅 빈 것을 강정이라 한다네.

子獨不見食之有粔籹乎? 粉米漬酒 截以蚕大 煖堗焙之, 煮油漲之, 其形如繭 非不潔且美也 其中空空 啖而難飽 其質易碎 吹則雪飛 故凡物之 外美而中空者 謂之粔籹 /朴趾源(1737-1805)의 旬牌序

한과 중에 강정이란 것이 있다. 눈처럼 뽀얀 것이 참 먹음직스럽다. 막상 한입 깨물면 그저 푹 꺼져서 이빨 사이에 들러붙기나 할 뿐 별맛이 없다. 많이 먹으면 입맛만 깔깔해지고 배도 부르지 않다. 그저 손님 다과상에 눈요깃 거리로나 알맞은 과자다. 세상에는 속 빈 강정 같은 사람들이 참 많다. 겉은 번지르해서 뭐가 있어 보이는데 막상 두드려보면 속에 든 것이 없다. 예쁘고 아름다운데 두어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면 머리가 텅 비었다. 내실은 없이 겉꾸미기에만 급급하다 보니,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작은 시련에도 쉽게 부서져서 자취도 없이 스러지고 만다. 식탁만 지저분하게 한다. /鄭珉의 죽비소리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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