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在 / 申大羽
使夫子雖不幸
不得托棟樑舟檝之用
亦自在深山大壑而己
昴宵偃仆
一任風露之生成
孰肯芽茁糞壞之間
與莪蒿占高下枯葬哉?
夫然則不但蒿不可爲
芽亦不足尙己
설령 그대가 비록 불행하게도
동량의 재목이나 배의 노로 쓰임을 얻지 못한다 해도
또한 스스로 깊은 산 큰 골짝에서 지낼 뿐이다.
하늘을 우러르거나 넘어지고 엎어짐을 한결같이
바람과 이슬이 생성하는 바에 내맡길 것이니
누가 썩은 흙 사이에서 싹을 틔워 억새나 다북쑥과 더불어
높고 낮고 마르고 무성한 것을 다투기를 즐기겠는가?
대저 그렇다면 다만 다북쑥도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억새 또한 넘볼 수 없을 것이다.
/申大羽(1735~1809, 蒿菴記중에서)
섭섭하다.
내 품은 재주를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
마음껏 포부를 펼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그저 깊은 계곡 시냇가의 소나무로 하늘을 우러러 길게 손을 뻗을 뿐이다.
하기사 안목있는 목수의 눈에 띄어
궁궐의 대들보로 쓰인다 한들
그것은 목숨을 버리는 일이다.
나무의 쓰임은 베어져 기둥이 되는 데 있는가?
아니면 저 타고난 수명을 마음껏 누리며
숲속의 삶을 즐기는 데 있는가?
똑같이 다시 묻는다.
인간의 쓰임은 명예와 지위를 얻어
부귀와 권세를 누리는 데 있는가?
아니면 제 타고난 삶을 기뻐하며
인간다운 나날을 누리는 데 있는가?
썩은 흙속에서 새싹을 틔워 억새나 다북쑥과 키를 겨루지는 않겠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 해서
좀 알아달라고 아등바등대는 것처럼 민망한 꼴이 없다.
/鄭珉의 죽비소리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