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 해라는 것은 태양이다.
사해를 덮어 씌워 만물을 기르는 것이다.
젖은 곳을 비추면 마르게 되고
어두운 곳이 빛을 받으면 환하게 된다.
하지만 능히 나무를 사르거나 쇠를 녹일 수 없다.
왜 그럴까?
빛이 퍼져서 정기가 흩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만리에 두루 비치는 빛을 거두어
좁은 틈으로 빛을 받아 모아
둥근 유리알에 이를 받아 그 정채로운 빛을 콩알만하게 만들면
처음에는 내리쬐어 반짝반짝하다가 갑자기 불꽃이 일어나 타오른다.
어째서일까?
빛이 전일하여 흩어지지 않고
정기가 한데 모여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夫日者太陽也 衣被四海 化育萬物
濕照之而成燥 闇受之而生明
然而不能䔳木而鎔金者 何也?
光遍而精散故爾
若夫收萬里之遍照 聚片隙之容光
承玻璃之圓珠 規精光以如豆
初亭毒而晶晶 조騰焰而態態者 何也?
光專而不散 精聚而爲一故爾
/朴趾源의 菱陽詩集序
초등학교 때 돋보기에 햇빛을 받아 검은 종이를 태우던 장난이 생각난다.
콩알만한 햇빛이 돋보기를 타고 들어와 검은 종이를 비추면
한참 후 풀썩풀썩 연기가 나면서 종이에 불이 붙는다.
햇빛의 크기가 동전만해도 불은 붙지 않고
초점이 이리저리 옮겨다녀도 불은 붙지 않는다.
볼록한 면 가득히 빛을 받아서 콩알만한 초점에 집중하여 들이부어야 불이 붙는다.
해는 젖은 땅을 말려주고 어둠을 밝혀주지만 나무를 사르지 못한다.
쇠를 녹이지도 못한다. 흩어진 빛으로는 불 붙일 수가 없다.
공부도 한가지다.
한곳으로 집중되지 않는 독서는 결코 내 悟性을 불 붙이지 못한다.
쇠를 녹이는 열정과 나무를 사르는 힘은 집중에서 나온다.
그저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읽는 博覽만으로는
사람 똑똑하단 말밖에 들을 게 없다.
널리 본 것을 한곳에 모아 집중할 때 생각지 못한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鄭珉의 죽비소리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