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2009/12/31)
士大夫心事 當與光風霽月 無纖豪菑翳
凡愧天怍人之事 截然不犯
自然心廣體胖 有浩然之氣
若於尺布鑄貨 瞥有負心之事 卽是氣餒敗
此人鬼關頭 汝等切戒之
/丁若鏞(1762-1836)의 又示二子家誡
사대부의 마음씀은
마땅히 광풍제월과 같아 털끝만큼의 가리어짐이 없어야한다.
무릇 하늘에 부끄럽고 사람에 떳떳지 못한 일은 단호히 끊어 범하는 일이 없도록 해라
절로 마음이 드넓어지고 몸이 편안해져서 호연한 기상이 생겨날 것이다.
만약 한 자의 베나 몇 푼 재물에 팔려 문득 마음을 저버리는 일이 있게 된다면
그 즉시 이 기운은 위축되어 무너지고 만다.
이것은 사람과 귀신이 갈리는 관건이니 너희들은 깊이 경계하도록 해라.
제주(2010/01/03)
비 갠 뒤의 바람, 맑고 시원하다.
구름을 뚫고 나온 달빛, 곱고도 깨끗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그때는 몰랐는데 지나고 나면 금세 부끄럽고, 해서는 안될 일이 적이 너무도 많았다.
괜챦겠지 싶었는데 지날수록 마음에 켕기는 일들이 자꾸 생긴다.
화를 내자니 너무 박절한 것 같고, 가만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心廣體胖(심광체반)이라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말이다.
마음은 툭 터져서 걸림이 없고 신체는 건강해서 기름기가 돈다.
거칠 것이 없고 겁날 것이 없다.
거기서 솟아나는 기운이 바로 호연지기다.
호연지기는 어디에서 생기나?
내가 마음에 부끄럽지 않아 남 앞에 공연히 주눅들지 않고 위축되지 않을때 생긴다.
툭툭 털어도 숨길 것 없이 떳떳하여 불의가 침범하지 못하고 유혹이 날 흔들지 못할 때 생긴다.
하지만 구름은 자꾸만 달빛을 가리고 비는 툭하면 바람을 적신다.
잘하다가도 한번만 삐끗하면 물거품이 된다.
/정민의 죽비소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