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해안절경 드라이브와 맛집

몽블랑* 2010. 7. 1. 10:20

멋있는 바다… 맛있는 그 집

▲제철 맞은 강릉 성게물회의 주인공, 보라성게. 강원도 강릉시 금진항~심곡항을 잇는 해안도로.

주말매거진은 당신의 여름휴가를 위해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바로 해안 절경 드라이브와 맛기행이죠.

동해와 서해·남해는 저마다 다른 절경을 보여줍니다. 강릉 금진항에서 심곡항을 잇는 짧은 길은, 깊고 푸른 동해안의 진면목을 한눈에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에서 월하성 어촌체험마을을 잇는 길은 서해의 일몰과 물때 시간에 따른 갯벌을,

경남 통영시 산양일주도로는 섬 많은 남해를, 잘 짜인 미장센처럼 부족함 없이 보여주는 길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어촌어항협회가 전국 해안가를 돌며 쓴 '우리나라 해안여행'을 바탕으로, 주말매거진 팀 기자들이 총출동해 15곳을 골랐습니다. 이 해안도로를 찾는 날, 부디 날씨와 물때가 당신 편이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제철 음식을 추천할 차례입니다. 크림처럼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강릉의 성게알, 상큼한 오이향 나는 영덕의 은어회, 지금부터 본격 수확철인 죽방렴 멸치, 서천 원양수산 안주인이 자신 있게 추천하는 붕장어, 조선시대 여름 복달임 음식의 일품으로 꼽혔던 목포 민어….

여기에 그곳 아니면 맛볼 수 없는 별미를 더하면, 세기만 해도 숨이 가쁠 지경이죠. 주말매거진팀이 그동안 찾아다녔던 전국의 맛집들 중에서 이 해안도로 근처에 자리한 맛집들을 엄선했습니다. 당연히 이번에 새로 '개발'한 곳들도 있지요.

동해와 서해, 남해의 해안도로를 누비며 바닷가 절경과 함께 하는 맛집기행, 당신의 여름휴가를 위한 주말매거진의 제안입니다.

▲푸른색 도화지에 에메랄드 빛이 넘쳐 흐른다. 이미 모든 유혹의 채비를 맞춘 강원도 강릉 주문진 해수욕장.

서해맛집 털보선장네 칼국수는 화끈했네

1. 서천 붕장어회 '원양수산'

"1등은 아나고(붕장어), 2등은 농어, 3등은 도다리. 살이 바짝 올랐어요."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지금 충남 서천군 마량 앞바다에 가면 어떤 녀석을 먹어야 하느냐고. 언제나 똑 부러지는 원양수산 안주인 김세옥씨의 명쾌한 답변이다. 붕장어·농어는 그렇다 치고, 도다리가 제철? 김 사장은 "'봄 도다리'라지만, 4~5월에 알 낳고 살이 빠졌다가 6~7월이면 다시 통통해진다니까. 먹어봐요. 기막히니까."

활어회를 신선하고 저렴하게 먹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현지 수산시장을 찾는 것. 지역마다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인근 횟집에서 약간의 추가비용을 내고 상차림을 해 준다. 마량어촌계 수산물판매장도 마찬가지. 1층은 활어수산, 2층은 횟집 구조다. 아래층에 활어수산 아홉 곳, 2층에 식당이 세 곳 있다.

마량의 상차림 문법은 사람 수에 상관없이 ㎏당 1만원. 매운탕과 기본 밑반찬을 차려 준다. 공깃밥·음료수(이하 1000원), 술값은 별도다. 1층 원양수산과 2층 원양호집은 주인이 같다. 간장 양파절임·깻잎·배추김치·깍두기 등 밑반찬이 정갈하고 바다 전망이 빼어나다. 28일 현재 아나고·농어·도다리의 가격은 모두 ㎏당 3만원. 물론 경매가격에 따라 날마다 달라지는 가격이지만, 인심 좋은 김 사장은 평균 잡아 3만원 안팎을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한 접시 2만5000원의 간재미무침도 별미다. (041)952-6699

2. 태안 대하얼큰칼국수 '털보선장횟집'

서해안 포구의 칼국숫집마다 '바지락 칼국수' 원조 자랑에 여념이 없다. 검증은 당연히 대부분 불가능. 하지만 앞바다 바지락을 넣고 끓이는 만큼 대부분 맛나다. 털보선장횟집의 바지락칼국수(6000원)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여름 이열치열(以熱治熱)의 대표적인 사례. 기어를 한 단계 더 올리는 방법도 있다. 다른 집에서 만나기 어려운 '대하얼큰칼국수'(1만원)다. 큼지막한 제철 새우를 듬뿍 넣고 고추장 풀어 끓이는 매콤한 칼국수다. 줄줄 흘러내리는 땀으로 오히려 더위를 잊는다. 안면도 앞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층 전망도 훌륭. (041)672-1700

3. 부안 젓갈정식 '자매식당'

입맛 없는 여름, 젓갈이 대답이다. 땀 많은 여름, 염분 섭취의 대안이기도 하다. 부안군 곰소는 젓갈로 이름난 곳. 자매식당의 8000원짜리 젓갈정식은 가격대비 만족도로 으뜸이다. 갈치속젓, 멸치젓, 밴댕이젓, 청어알젓, 황석어젓 등 10여가지 젓갈에 10여가지 반찬이 절로 젓가락을 부른다. 주방장 겸 안주인 김순화씨가 "우리 집에서 직접 키운 상추랑 치커리에 싸 드시라"며 유혹한다. (063)584-1218

4. 영광 굴비백반 '동원식당'

원래 서울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영광의 굴비식당은 일번지식당. 하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은 동원식당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다. 1인당 1만5000원의 굴비백반은 사람 수대로 구운 굴비, 커다란 부세 한 마리, 장대 한 마리, 간장게장, 조기매운탕, 조기젓, 송어젓, 매실장아찌 등이 풍성하다. 단점은 4인 이상만 주문받는다는 것. 1인당 1만원의 백반은 부세, 장대, 간장게장 등이 빠진다. 대신 2인 이상이면 주문 가능. 쪽쪽 손으로 찢어 먹는 짭조름한 맛이 일품이다. (061)356-2351

5. 목포 민어회 '영란횟집'

여름 복달임 음식으로 당연히 민어를 빼놓을 수 없다. 아니, 조선시대에는 민어탕 일품, 도미탕 이품, 보신탕을 삼품으로 꼽았을 만큼 으뜸. 영란횟집 민어회는 삼겹살처럼 두툼하게 썰어주는 인심 덕에 전국에서 늘 식도락가들이 몰린다. 민어회, 민어전, 민어무침이 모두 4만5000원. 민어회는 3인분 분량이다. (061)243-7311

남해맛집 초장에 빠진 멸치…고소한 맛에 홀딱

1. 남해 멸치회 '우리식당'

남해군 본섬과 동북쪽 창선도를 연결하는 다리 창선교는 길이 438m의 짧은 다리다. 그 다리 아래서 바다는 옅되 빠르게 흐른다. 이 좁은 바닷길의 이름은 지족해협. 멀리 수평선으로 연결되는 해협엔 창선교를 중심으로 독특한 풍경이 펼쳐진다. Y자 모양으로 촘촘히 박은 참나무 말뚝들이 진열을 갖추고 곳곳에 서 있다. 멸치 잡는 죽방렴(竹防簾)이다. 가장 원시적인 어업 방법인 '나무 그물'이나, 죽방렴 멸치는 일반 멸치보다 비싸다. 비늘 하나 상하지 않고 멸치를 곱게 건져 올리기 때문.

죽방 멸치의 제철이 막 시작됐다. 남해특산물 지족판매장 임옥주 대표는 "4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조업 기간 중 가장 많이 잡히는 때가 장마철의 시작인 6월 말부터 8월까지"라 했다.

이 멸치를 맛있게 요리하는 곳 중 하나가 35년 된 '우리식당'이다. 매콤새콤한 멸치회무침(大 3만원)이 별미. 큼지막한 멸치의 머리와 꼬리를 일일이 뗀 뒤 뼈와 내장을 발랐다. 여기에 깻잎·미나리·양파·고추와 함께 초장으로 무쳐 낸다. 멸치 특유의 비린내는 온데간데없고 고소한 식감이 입 안을 자극한다.

이순심 사장이 말한 맛의 비결 세 가지. 첫째, 신선한 멸치를 쓸 것. 둘째, 최대한 손질을 적게 할 것. 손질이 서툴수록 멸치를 만지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새 살이 흐물흐물해진다. 셋째, 막걸리 식초를 적게 쓸 것. 신맛이 세면 고소한 고기 본래 맛을 해치기 때문이다. (055)867-0074

2. 강진 한정식 '청자골종가집''명동식당'

남도음식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한정식이 강진군 한정식이다. 강진만에서 잡아올린 싱싱한 해산물과 강진 평야에서 재배한 농산물의 조화가 특징.

강진읍내에 여러 집이 있는데, 그중 청자골종가집(061-433-1100)과 명동식당(061-434-2147)이 유명하다. 두 집 모두 2인 6만원.

3. 여수 해산물 정식 '한일관'

시간도 없고 지갑도 두툼하지 않을 때 여수의 해산물을 모두 맛보고 싶다면 '한일관'을 찾을 것. 이곳 메뉴는 단 하나, 해산물 정식이다. 문어·소라·참치·꼴뚜기·멍게·해삼·전복 등 40여종 해산물과 요리가 융단폭격을 퍼붓는다. 점심·저녁, 주말·주중 때를 가리지 않는다. 2인상 5만원. 3인 이상일 때는 1인 2만원. (061)654-0091

4. 통영 졸복 '만성복집'

졸복의 다른 말은 소돈(小 ). 말 그대로 자그마한 복어다. 복지리 한 그릇(9000원)을 시키면 어른 손가락 길이만 한 졸복 예닐곱 마리가 다소곳하게 누워 있다. 졸복의 쫄깃한 살뿐만 아니라 기막히게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며느리 이강래(44)씨가 20년째 졸복의 배를 가르고 육수를 끓인다. 그가 밝힌 맛의 비결은 '더하지 않기'. 육수를 낼 때 "멸치도, 가다랑어포도, 다시마도, 다시 말해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고 했다. (055)645-2140

5. 거제 해물뚝배기 '항만식당'

처음 보면 뚝배기의 크기에 놀란다. 딴 데서 볼 수 없는 크기의 무쇠 솥 뚝배기에 각종 해산물을 듬뿍 담아 넣고 끓여 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온다. 시원한 맛도 일품. 새우, 홍합, 게, 바지락, 미더덕, 가리비, 갯가재 등 남해안에서 잡아올린 재료들로 맛을 내고 고추장과 간장으로 간을 맞췄다. 2만9000원(2인분·보통)~7만4000원(4인분·특선). (055)682-3416·4369

동해맛집 앙칼진 외모 속 깊은 맛 '성게물회'

1. 강릉 성게물회 '돌고래횟집' '장원물항각'

성게물회는 여름철 동해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강릉 돌고래횟집 최금순 사장은 "성게는 지금부터 8월까지가 제철"이라 했다. 요즘 아낌없이 알을 내주는 성게는 보라성게. 가시가 길고 색이 검어 험상궂다. 그 매서운 모습 안에 맛있는 '속내'를 감췄다. 고무장갑으로 성게의 가시를 무력화시킨 최 사장이 배를 가르자, 껍질 안쪽에 노란 알이 가득 웅크리고 있다. "7월 말이 되면, 가시가 짧아 밤톨처럼 생긴 말똥성게에 알이 차기 시작해요. 그때부턴 말똥성게를 먹는 거죠."

사실 성게는 쉽게 맛볼 수 없던 별미였다. 그런데 요즘 동해 어느 항구이건 성게가 흔하다. 이유가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성게는 거의 전량이 일본으로 수출됐다. 이에 자극받은 지자체와 어민이 어린 성게를 동해안 일대에 대량 뿌려놨다. 문제는 그때부터 몰려온 값싼 중국산 성게. 결국 경쟁력에 밀려 수출이 크게 줄었다. 게다가 성게의 천적 돌돔 등이 남획되자 동해는 성게 천지가 됐다.

돌고래횟집에서 성게물회를 시키니, 빨간 국물에 멍게와 함께 놓인 진한 노란색 성게알이 먼저 시각을 자극한다.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입에 넣으면 성게알이 크림처럼 혀 위에서 녹아내린다. 그 맛이 우아하고도 세련됐다면, 멍게는 바다의 맛을 직설적으로 내세운다. 함께 어울려 서로 감칠맛을 배가시킨다.

강릉의 양대 강자는 '돌고래횟집(033-644-1237·성게물회 1만5000원)'과 '장원물항각(033-644-0327·1만원)'.

2. 경주 회와 밥 '용산회식당'

3. 영덕 은어 '화림산가든'

겨울철 영덕의 맛을 대게가 책임진다면, 여름엔 은어가 있다. 강구항에서 바다로 빠지는 오십천은 잘 알려진 은어낚시의 명소. 장마지고 나서부터가 은어 철이다. '화림산가든' 박재훈 사장은 코흘리개 시절부터 이 오십천에서 은어낚시를 해온 강태공. 40여년 낚시 인생 끝에 아예 음식점을 냈다. 그가 잡아온 은어를 뼈째 썬 회는 비린내 대신 상큼한 오이향이 난다. 은어회(大) 3만원. (054)734-1077

4. 삼척 곰치국 '바다횟집'

이놈, 참 못생겼다. 길고 굵은 몸통은 구렁이를 닮았다. 인상 덕분에 20여년 전엔 그물에 걸려도 바다로 되던져지기 일쑤였다. 그랬던 곰치가 요즘엔 동해안 대표 '해장국'으로 자리 잡았다. 바다횟집은 삼척에서 곰치국 잘한다고 소문난 집 중 하나. 묵은 김치를 넣고 끓인다. 곰치가 반숙한 계란 흰자처럼 흐물거리는 모습이 입맛을 당기진 않는다. 그러나 용기 내 한 숟갈 떠 입에 넣으면 생각이 바뀐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곰치국 1만원. (033)574-3543

5. 고성 물회 '삼원퓨전'·'원조자매횟집'

고성 사람들은 물회와 명태 맑은탕(지리), 도치두루치기, 흑돼지, 털게찜, 막국수, 도루묵찌개, 추어탕을 '고성8미'로 꼽는다. 이중 제1미로 꼽히는 것이 물회다. 고성 내에서 물회로 가장 유명한 곳은 가진항. 연안에서 잡히는 가자미·광어·숭어·해삼·멍게·오징어 등을 야채와 초고추장을 푼 국물에 말아 내놓는다.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특징. '원조자매횟집(033-681-1213·1만원)'과 '삼원퓨전횟집(033-681-9572·1만원)'이 유명하다.

영광 백수해안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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