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담양)진우네국수

몽블랑* 2011. 7. 23. 09:47


진우네국수/전남 당양읍 관방제림내(2011/07/23)

몇년전 모신문에 맛집으로 담양의 진우네국수가 소개되었다. 그 뒤로 국수를 먹으러 갈 기회를 엿보다가 지난 여행시 방문하였다. 죽녹원을 구경하고 나오면서 관방제림앞의 향교다리를 건너 우회전하여 2~30m를 진행하면 진우네국수집 바로 아래 하상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 국수거리란 안내판이 있는 곳에 진우네국수집이 있다. 국수거리에 국수집이 여러곳 있지만 다른 곳은 파리만 날리고 있고 이집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가격이 참 저렴하다. 그리고 맛이 있다. 면발은 일반 가는국수와 칼국수의 중간 크기였다. 일행중 반은 멸치국수를, 나머진 비빔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국수가 나오기전에 사골과 멸치를 고운 육수에 삶은 약계란을 먹었다. 이 국수를 맛보려고 아침 먹은지 2시간도 안되어서 국수를 먹었다. 몇년동안 벼르고만 있다가 맛을 보아서인지 아주 맛이 좋았다. /Mont Blanc

*진우네국수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 211-34번지 -TEL.061-381-5344, C/P.010-9212-6530 -담양군청, 관방제림, 죽녹원 바로 옆임

(담양군청앞 맛집) 담양 진우네 국수 신문기사

한겨울에도 초록의 싱싱함이 배어나는 곳이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죽향(竹鄕)'으로 독야청청 푸르른 대나무밭에서는 늘 생기가 넘쳐난다. 때문에 음울한 잿빛겨울을 탈피하기 위한 여행지로 단연 인기다. 죽녹원 등 커다란 대숲과 소쇄원, 면앙정 등 빼어난 정자, 그리고 이국적인 메타세쿼이아길 등 도처에 명소를 품고 있다. 특히 풍부한 볼거리 이상으로 다양한 미식거리도 있어 여정 동안 입이 즐거운 여행지이기도 하다. 그중 죽순, 떡갈비 이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가 있다. 바로 국수다.

멸치국물에 말아내는 3000원짜리 뜨끈한 국수 한 그릇이 요즘같은 불경기에 포만감을 더한다. 50년 동안 말아 온 옛날식 국수 맛을 보기 위해 주말이면 줄을 선다는 담양의 국수집을 찾아 봤다.

▲ 담양 진우네국수.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 진한 멸치국물에 말아낸 3000원짜리 국수는 여정에 포만감을 들게 하는 경제적 미식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국수맛이 그렇지 뭐~. 별것 있겠어?"

국수를 별미 메뉴로 선정하고 여러 차례 듣게 된 대답이다. 흔하고 값싼 데다 별 재주 부릴 수 없는 뻔한 음식이라는 게 그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남 담양읍 죽녹원 앞 다리 건너에 있는 '진우네집 국수'는 일반의 상식을 뛰어 넘는 곳이었다. 진한 멸치국물에 퉁퉁한 중면을 말아내는 이 집은 추억까지 함께 맛보려는 사람들로 늘 성시를 이룬다. 흔한 국수 한 그릇이 만인이 인정해준 별미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 3000원에 근사한 외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이 집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우선 '진우네~'는 분위기와 함께 먹는 곳이다.

담양읍내 죽녹원 건너편엔 아름다운 숲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된 관방제림이다. 조선 중기 인조 때 홍수를 막으려 조성된 풍치림이 지금껏 보존돼 울창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300년 이상 된 벚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이 2km 가량 늘어섰다. 그 방제림 앞에 '진우네집 국수' 가 있다. 둑방의 허름한 평상에 앉아 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곳으로 50년 가까이 국수를 말아왔다.

지금의 가게 앞은 본래 죽물시장이 열렸다. 이 장터에서 송순덕씨(작고)가 좌판을 깔고 30년 동안 국수를 말아 팔다가 시장이 사라지며 가게를 냈다. 간판도 없던 국수집은 큰 아들의 이름인 '진우네'로 불리다가 15년 전 그 이름 그대로 간판을 걸었다. 처음 국수를 말던 송순덕씨는 세상을 떴고 지금은 아들 이진우(45)씨가 손맛을 잇고 있다.

진우네 국수 맛의 비결은 좋은 재료를 써서 오랜 시간 육수를 우려 내는 지극 정성에 있다. 멸치에 무, 청양고추, 양파, 대파, 마늘 등을 넣고 열댓 시간을 우려 낸 육수 맛이 진하면서도 개운하다. 여기에서 비법은 세 가지. 온종일 은은하게 끓여내는 불조절과 멸치, 그리고 고추가 그것이다.

우선 멸치의 비린 맛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급 멸치를 쓴다. 특히 멸치국물의 진한 맛을 우려내기 위해 멸치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채 끓인다. 이때 센 불로 육수를 끓이면 자칫 멸치 내장이 터져 국물 맛이 씁쓸해질 수 있다. 때문에 늘 은은한 불 조절이 필수다. 또 매운 고추는 육수의 비린 맛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집 국수의 또다른 특징은 면발. 소면보다 굵고 우동면보다 가는 중면을 사용한다. 굳이 중면을 고집하는 이유는 옛날 잔치집의 면 맛을 재현하고자 함이다.

"전에는 '암소표' 국수를 썼는디 요새는 임실(전라북도) 산골에서 생산하는 '새싹국수'를 가져와 씁니다."

굳이 국수 하나도 까탈스럽게 고르는 것은 맛 때문이다. 맑은 숲 속에서 자연바람에 건조하는 국수 맛이 더 좋기 때문이란다. 맛난 국수를 말아내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게 국수 삶는 요령이다. 이 집은 수십 년 호흡을 맞춰 온 찬모가 펄펄 끓는 가마솥에서 국수를 삶아낸다. 면발이 속까지 부드럽게 익고도 퍼지지 않게 삶아내는 게 비법이다. 삶는 시간은 딱 8분. 중간 중간 퍼지지 않도록 솥에 찬물 한 바가지를 부어 주는 것이 포인트다. 일단 건져낸 면을 흐르는 수돗물에 식혀 담기 좋게 덩어리 지어놓으면 국수 삶기가 끝난다.

흔히들 '국수맛은 양념 맛'이라고도 한다. 이 집의 다진 양념은 평범하다. 진간장에 고춧가루, 마늘다짐, 참기름을 적당히 섞고 대파와 양파를 잘게 썰어 얹어 내는 게 전부다.

과연 '줄을 서시오'라는 진풍경을 연출할 만큼 맛은 있을까? 결론부터 내자면 "맛있다"이다. 멸치물국수는 진한 멸치 맛이 느껴지는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시원하다. 또 잘 삶아진 중면은 쫄깃 한 게 부드러우면서도 살짝 씹는 맛이 살아 있다. 또 비빔국수는 매콤 달콤 양념 맛에 힘 있는 면발이 마치 쫄면을 먹는 듯하다. 기본 반찬은 단출하다. 단무지 무침, 김무침, 콩나물무침, 묵은 김치 등 50년 동안 줄곧 상에 오른 것들이다. 이 중 고추 가루, 식초, 설탕, 마늘다짐을 섞어 버무려낸 단무지무침은 향수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 집에서 국수보다 더 맛있다는 게 있다. 바로 삶은 계란이다. 일명 '약계란'으로도 불리는데, 멸치 육수에 삶은 까닭에 흰자위 조차도 누르스름하다. 맛 또한 싱겁지 않다. 달걀에 멸치 육수가 배어들어 부드러우면서도 짭잘하다.

요즘 열차 안이나 찜질방에서 파는 달걀과는 차이가 있다. 찜질방 구운 달걀의 경우 겉껍질이 단단한 만큼이나 흰자위도 질기다. 맛있다는 이들도 있지만 옛 추억의 맛까지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이 집의 대표 먹을거리가 된 삶은 계란은 손님 배려 차원에서 시작됐다. 겨울이면 손님에게 차가워진 계란을 내놓기가 미안해 끓는 육수에 삶은 것들을 넣어 둔 게 시초였다. 계란은 하루 수천개씩 삶아낸다. 큰 가마솥에 초벌 4시간, 중벌로 옮겨 가며 온종일 삶아내는 데, 이게 바로 맛을 내는 비결이다. 이 사장에게 '국수며 계란 삶는 법 등 영업 비법을 다 공개 해도 되는거냐'고 묻자, 자신 만만한 대답을 쏟아낸다. "아무리 공개해도 넘들은 절대 흉내 낼 수 없당게요. 까스 값 아깝고 비싼멸치 사다가 우리 집허고 똑같은 3000원짜리 국수를 절대 못맨든 당께요."

주말이면 하루 2500~3000그릇씩 국수를 파는 진우네 덕분에 아예 주변에 국수거리도 형성됐다.

국수팔고 계란 삶아내느라 1년 전에야 배필을 만났다는 이진우 사장은 '정성'을 최고의 영업 전략으로 삼고 있다.

"아따, 국수 한 그릇 드실라고 우리 집 꺼정 찾아오시는 분들 생각한다먼 제가 얕은 술수 절대 못부리지요. 어머니의 손맛을 유지하는 게 저으 가장 큰 목표 입니다."

▶가는 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장성IC~장성에서 담양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담양IC~담양읍 죽녹원~진우네국수

*조선일보 2008/12/03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