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금강이 선사하는 여름 보양식, 영동 도리뱅뱅이 '어죽'

몽블랑* 2011. 8. 2. 08:30

한여름 더위 잡는 데는 이열치열이 최고라고, 
시원한 냉면이나 콩국수가 여름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땀 뻘뻘 흘리며 먹는 뜨겁고 매운 음식이 여름 음식으론 더 어울린다. 
영동에서 맛보는 매콤한 도리뱅뱅이와 어죽은 
그래서 여름을 나기 위한 최고의 보양식으로 통한다.

영동은 금강이 빚어낸 고장이다. 그만큼 금강을 빼놓곤 영동의 맛을 논할 수 없다. 쏘가리로 끓인 시원한 매운탕은 물론이요, 쌉싸래한 맛이 일품인 올갱이국, 오골계와 잉어, 자라를 한데 넣어 끓인 궁중요리 용봉탕도 모두 금강에서 난 재료로 만든 영동의 토속음식이다. 그중에서도 영동에서 최고로 쳐주는 건 누가 뭐래도 여름에 먹는 도리뱅뱅이와 어죽이다. 음식지미방이나 규합총서 등의 고서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여름철 입맛을 돋우려고 민물고기 요리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옛날엔 강가에서 천렵을 즐기며 즉석에서 매운탕을 끓여 먹거나 민물고기 튀김을 만들어 먹는 것을 최고의 피서로 쳐주었다.

“영동은 금강이 빚은 고장이다. 사람들은 금강에서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한데 모여 놀이를 즐겼다. 금강은 영동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름으로 먼저 맛보는 도리뱅뱅이

도리뱅뱅이. 음식 이름 치곤 입안에서 맴도는 느낌이 참으로 명랑 쾌활하다. 그 발랄한 이름을 몇 번이고 곱씹으면 도대체 그 생김새가 어떤지 궁금해진다. 금강 상류에 속하는 가선리에서 도리뱅뱅이와 어죽으로 4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한다는 가선식당(043-743-8665)으로 가 도리뱅뱅이를 시킨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입안에선 자꾸만 ‘도리뱅뱅이~ 뱅뱅이~’란 말이 맴돈다. 자꾸만 그 이름을 외다보니 어느 새 입안에 침이 고이는 듯하다. 이윽고 커다란 프라이팬에 고추장 양념을 듬뿍 묻히고 사이도 좋게 뱅글뱅글 줄지어 둘러진 도리뱅뱅이가 나온다.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익는 피라미 튀김이 침샘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만든다. 어느 음식이 이렇게 먹기도 전에 침을 고이게 할 수 있을까.

피라미

여러 마리의 피라미 튀김 중 한 녀석을 젓가락으로 잡아 입안에 쏙 넣고 씹으니 바삭한 튀김옷 속에 탱글탱글한 생선살이 살캉살캉 씹히면서 매콤달콤한 양념과 어우러진다. 온전한 생선 한 마리가 목구멍으로 꿀떡 넘어간 뒷맛은 참으로 고소해 절로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도리뱅뱅이는 겨울에는 빙어로, 여름에는 피라미나 참마자(잉어과의 민물고기)를 사용하는데, 제각각의 고유한 맛도 맛이지만 도리뱅뱅이를 내는 정성도 보통이 아니다. 자그마한 생선을 프라이팬에 차근차근 줄을 세워 담아야 하니 이것도 보통일이 아니거니와 양념장을 발라 순식간에 튀겨내는 일도 오랜 내공이 필요하다. 인삼의 고장 금산에서는 인삼 채를 도리뱅뱅이와 곁들여 먹고, 대청호가 있는 청원에서는 피라미 대신 참마자를 튀겨 인삼과 함께 내기도 한다. 여기에 민물새우인 징거미 튀김까지 더하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만족하는 천렵음식을 즐길 수 있다.

1 도리뱅뱅이는 생선을 뼈째 먹을 수 있어 아이들에게 특히 좋다. 2 도리뱅뱅이와 어울리는 민물새우(진기미) 튀김. 3 수제비와 국수, 밥이 한데 어우러진 칼칼한 어죽.

천렵놀이에서 즐기던 어죽

모름지기 도리뱅뱅이와 환상의 조합을 자랑하는 음식은 바로 어죽이다. 예로부터 강을 낀 고장에선 천렵놀이를 즐겼다. 내 천(川) 자에 사냥할 엽(獵)을 쓰는 이 놀이는 집에서 직접 농사지어 기른 채소와 먹을거리를 싸들고 냇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고, 이것을 매운탕이나 죽으로 끓여 먹으며 농사일로 지친 노곤한 심신을 달래던 촌부들의 ‘흥겨운 일탈’이었다. 이때 끓여 먹던 죽이 바로 어죽이다. 어죽은 영동에서만 만들어 먹는 음식은 아니다. 여느 강변이 있는 고장에선 천렵을 즐기며 어죽을 만들어 먹었다.

어죽을 만드는 기본은 비슷하지만 들어가는 재료는 지역마다 각기 다르다. 인삼이 특산물인 금산에선 어죽에 인삼을 함께 넣어 여름 보양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무주에선 자가미(빠가사리)를 넣어 끓여낸다. 또한 미꾸라지가 많이 나는 곳에선 미꾸라지를 갈아 넣고, 바닷가에선 바다 생선을 넣는다. 맛 또한 묵은지를 넣어 얼큰함을 강조하는 곳, 우거지와 애호박 등을 많이 넣어 담백함을 더하는 곳 등 어죽은 지역에 따라, 나는 특산물에 따라 레시피가 달라진다. 하지만 어죽을 끓이는 방법은 대동소이하다. 생선을 푹 고아 살을 발라내고 다시 푹 끓이다가 마늘, 깻잎, 미나리, 콩나물을 듬뿍 넣고 고추장을 푼다. 여기에 밥과 국수, 수제비 등을 넣어 끓이면 천렵놀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어죽이 완성된다. 생선살이 듬뿍 들어간 국물은 적당히 칼칼해 더위에 잃었던 입맛을 순식간에 되살려준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얼큰함이 작은 뚝배기 안에 응축되어 있는 느낌이다. 우선 국수를 후루룩 건져먹고 쫄깃한 수제비와 밥알을 건져먹는다. 건더기를 다 건져 먹었다고 어죽을 다 먹은 것이 결코 아니다.

생선살이 진하게 녹아 있는 국물마저 남김없이 다 먹어야 비로소 한 그릇을 다 비웠다고 할 수 있다. 생선을 넣었지만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게 하는 것도 노하우다. 몇 가지 잡어를 곰탕 끓이듯 5~6시간 동안 푹 끓이면 가시조차도 흐물흐물해져 국물에 녹아든다. 이렇게 오랫동안 끓이면 비린내는 없어지고 구수한 맛은 더해진다. 뼈의 칼슘이 육수에 고스란히 녹아드는 것은 물론이다. 이 육수에 국수를 말면 생선국수가 되고 밥과 수제비를 말면 어죽이 된다. 옛날에는 천렵놀이에서 이 어죽을 끓이면 동네잔치를 벌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 래서 이 어죽을 ‘천렵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 영국사를 천 년 동안 지킨 은행나무. 2 고즈넉한 풍광을 뽐내는 영국사. 3 옥계폭포는 난계 박연이 대금을 연주하던 곳으로, 일명‘박연폭포’라고도 불린다. 4 난계 박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난계국악박물관.

천태산 깊은 곳 천년 묵은 은행나무

어죽마을이 있는 가산리에서 10km 남짓한 곳엔 자그마한 사찰인 영국사가 있다. 고려시대에 창건한 사찰이라고는 하나 현재는 그저 작은 사찰인 이곳을 꼭 둘러봐야 하는 이유는 무려 천년이나 세월을 지킨 은행나무 때문이다. 높이 31m에 둘레만 12m에 이르는 이 웅장한 나무는 천연기념물 제223호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수령도 대단하지만 나무의 생김새도 가히 보물감이다. 서쪽으로 뻗은 가지 중 하나는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처지다가 이내 땅에 뿌리를 내려버렸다.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소원을 빌기도 한다. 가을엔 흐드러지게 물든 단풍이 절경을 만들어내니 천태산 등산을 겸해 들르면 좋겠다.

심천면으로 가는 길엔 충청도에서 가장 큰 폭포인 옥계폭포를 볼 수 있다. 달이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이곳은 난계 박연이 기암괴석의 풍광을 벗 삼아 대금을 연주한 곳으로, 일명 ‘박연폭포’라고 불리기도 한다. 주변 풍광이 아름다워 시인 묵객들이 시 한 수를 읊고 가던 곳이기도 하며, 주변의 암벽이 마치 여성이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있는 형상을 하고 있고 그 사이를 흐르는 폭포수는 여성의 음부를 닮았다하여 이곳에서 음기를 받으면 잉태를 한다는 속설도 있다.

Travel Information 추천 여행지

난계사는 난계 박연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곳이다. 박연은 고구려의 왕산악, 신라의 우륵과 함께 한국 3대 악성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난계사 바로 옆에는 난계박물관이 있어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와 더불어 박연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전시물을 둘러볼 수 있다. 박물관 건너편의 난계국악기체험전수관에서는 대표적인 우리 전통 악기를 배워볼 수 있다.

영동을 대표하는 민주지산도 한번 오를 만하다. 상촌면 물한계곡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완만하며 인기도 좋다. 물한계곡과 반대편 지점에는 민주지산자연 휴양림이 위치해 등산과 삼림욕 등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약 13km에 이르는 MTB 코스가 있어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이 자주 찾곤 한다.

별미 음식

영동 가선리 주변에 도리뱅뱅이와 어죽을 하는 식당이 많다. 가선식당(043-743-8665), 선희식당(043-745-9450)이 유명하다. 도리뱅뱅이(한 접시) 7000원, 어죽(1인분) 5000원, 새우튀김 6000원.

가선리에서 금산 쪽으로 가다보면 금강 변에 또 다른 어죽 식당촌이 있는데, 이곳은 인삼이 들어간 도리뱅뱅이와 어죽을 내놓는다. 금산의 인삼어죽은 인삼 향이 나며 된장을 가미해 영동의 어죽보다 구수한 맛이 더하다. 금산관광농원(041-754-8388), 원골식당(041-752-2638) 등.

영동은 올갱이국도 유명하다. 올갱이는 다슬기의 충청도 사투리다. 황간역 앞의 동해식당(043-742-4024)은 칼칼한 국물에 수제비를 넣은 올갱이국이 별미다. 황간식당(043-742-4327), 뒷골집(043-744-0505) 등도 제대로 된 올갱이국과 국밥을 내놓는다. 옥계폭포 입구에서는 우렁쌈밥을 맛볼 수 있다. 우렁이를 넣어 쌈장을 만들어 쌈채소에 싸먹는다. 폭포가든(043-742-1777). /모신문 2011/08/02자 발췌

몽블랑은 어죽을 먹으려면 금산관광농원을 가끔 들린다. 이곳은 직접 기른 아욱에 인삼을 넣고 국수, 수제비와 밥이 함깨 아우러져 더 깊은 맛을 낸다. (가는 길)금산IC-영동/옥천방향-제원/영국사방향-제원교-금산관광농원(제원대교직전에 위치) *금산IC에서 진출하여 5~10분거리에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