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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몽블랑* 2013. 10. 1. 08:30

 

삶이 무겁게 느껴질 때 / 천양희 시인

많은 일들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데 날씨만 덥다. 더위 때문인지 벌써부터 마음은 시원한 바다 생각을 하게 된다. 바다는 하루에 70만번이나 파도를 쳐서 새로워진다고 하는데, 우리의 살림살이는 날마다 바닥을 칠 뿐 새로워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등대, 어머니는 바다, 자식은 물고기, 삶은 배’ 라던 아름다운 비유도 이제는 옛말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요즈음은 어디를 가나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이 않다는 말과 낙(樂)이 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게 된다.

지금보다 형편이 어려웠던 옛 사람들도 세 가지 낙(三樂)을 삶의 보람으로 삼고 살았다는데,

삼락(三樂)이란

가족들 무사하고 하늘 보고 부끄럽지 않게 하며 아랫사람 가르치는 일이라고 한다.

알아들을 수 있는 귀, 바라볼 수 있는 눈 앞에서만 즐거움도 오는 것인가 보다.

어느 땐 삶이 몹시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중국의 여성시인 수팅의 시 ‘이 또한 모든 것입니다’를 읽어보면 어떨까?

오늘 나무들이 다 폭풍에 부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씨앗들이 다 뿌리내릴 토양을 찾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진실한 마음들이 다 인심(人心)의 사막에 유실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꿈들이 다 기꺼이 날개가 꺾이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모든 것이 다 당신의 말처럼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든 불꽃이 다 자신만을 태우고 남을 비추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별들이 다 어둔 밤만을 가리키고 서광을 알리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외침에 메아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손실이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심연이 멸망인 것은 아닙니다…

모든 희망이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당신의 어깨 위에 올려놓으세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독서광이었던 수팅은 5학년 때는 ‘고향의 하루’란 산문을 써서 모범작품으로 뽑혔으며 5언 단시를 써서 교지에 발표한 신동이었다.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그였지만 그의 최종학력은 중학교 2학년 중퇴였다.

그는 납땜공, 운반공, 염색공, 판매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세계 명작들을 탐독하며 시인이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세 때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일반인들, 대학생, 시인, 평론가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중국시단에 몽롱시 논쟁을 일으킨 시인이기도 하다.

유명한 시인 꾸청은

“길을 가다가 어느 대학생이 시집을 읽고 있거든 누구의 시인가 보라. 틀림없이 수팅의 시일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격찬했다고 한다.

그는 특히 베이다오(北島)의 시를 무척 좋아했는데 그중에서도 ‘모든 것’이란 시를 좋아했으며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베이다오의 시 ‘모든 것’에 답하여 쓴 그의 시를 읽으며, 그의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본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전력을 다하고, 만족하는 것은 부유한 것보다 더 나은 재산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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