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萬病의 몸통' 뱃살… 허리 34.6인치, 5년內 당뇨병 위험 2배

몽블랑* 2014. 1. 23. 17:57

성인 14만명 빅데이터 분석· 허리둘레의 건강학

허리둘레에 비례해서 당뇨병·고혈압 위험도 커져 男 35.4인치, 女 33.5인치부터 복부비만 관련 질병 위험그룹… 한국인 4~5명 중 1명꼴 해당

당신의 허리둘레는 착하십니까. 혹시 온종일 컴퓨터에 앉아 있고, 바쁜 일상에 허겁지겁 식사를 하며,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운동을 제대로 못 하는 탓에 나이 먹을수록 허리띠 구멍이 하나씩 뒤로 점점 밀리고 있지는 않나요?

지난해 건강한 삶 9988 프로젝트 '나트륨 적게 먹기' 기획 시리즈로 전국에 소금기를 빼며 싱겁게 먹기 바람을 일으킨 조선일보가 2014년 새해 9988 프로젝트로 여러분의 뱃살을 줄여 드리고자 합니다.

그 '1부 허리둘레 5㎝(2인치·inch) 줄이기' 편을 통해 심혈관질환과 내분비질환, 암 발생 위험까지 높이는 각종 질병의 몸통인 '복부 비만'을 확 빼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허리둘레는 질병 발생 예측 지표 5000만 전 국민이 가입한 국민건강보험 진료 전산 데이터를 분석하면 한국인은 어떤 상태에서 무슨 질병에 걸리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른바 빅데이터(Big Data)를 통한 예측 의학이다. 빅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고 축적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 체계를 말한다.

복부 비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병들. 복부 비만이 생기는 원리와 질병 유발 위험성. /그래픽=김충민 기자

그렇다면 현재의 허리둘레를 갖고 질병 발생 위험도를 알아볼 수 있을까. 동국대 의대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팀은 지난 2008년 건보공단 검진을 통해 허리둘레를 측정해놓은 20세 이상 성인 14만1168명의 기록을 추적했다. 개인의 신원은 익명으로 진행된 조사였다. 오 교수팀은 그들이 2012년 말까지 즉 향후 5년 동안, 측정 당시 허리둘레에 따라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 3대 뱃살 병에 얼마나 걸렸는지 추적하고, 그에 따른 질병 위험도를 분석했다.

이들은 허리둘레 측정 당시 복부 비만과 관련된 질병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분석 결과, 허리통이 크면 클수록 뱃살 병 위험도는 거기에 정확히 비례해 높아졌다. 허리둘레 80㎝(31.5인치)인 사람은 70㎝(27.6인치)인 사람보다 5년 내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1.62배 높았다. 허리둘레 95㎝(37.4인치)는 3배, 104㎝(40.9인치)는 5배가 넘었다. 고혈압·고지혈증도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한국인 4~5명 중 한 명이 '뱃살 질환' 그룹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복부 비만 관련 질병 위험도는 남자는 90㎝(35.4인치)부터, 여자는 85㎝(33.5인치)부터 뚜렷하게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자 5명 중 한 명(22%)이 그 그룹에 해당한다. 여자는 4명 중 한 명(24%)꼴이다. 이들은 설사 현재 뱃살 병이 없더라도 이내 곧 내분비·심혈관질환이 생길 잠재 환자인 것이다.

뱃살 병 위험 그룹(허리둘레 남자 90㎝ 이상, 여자 85㎝ 이상)은 30대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많다. 그러다가 나이 들면서 여자의 허리둘레가 점차 늘어나 60대부터는 남녀 역전 현상이 생긴다. 노년층에서는 여성 뱃살 위험 그룹이 더 많아진다. 이는 폐경과 관련 있다. 여성호르몬은 잉여 지방이 배 안의 내장에 쌓이는 것을 줄여주는 효과를 내나,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복부로 지방이 몰리기 때문이다.

당뇨병 없던 한국인이 현재의 허리 둘레를 기준으로 5년 내 당뇨병이 생길 위험도.

젊은 남성의 뱃살은 나이 든 사람의 뱃살보다 더 위험하다.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허리둘레가 90~94㎝(35~37인치)인 남자는 30대는 5년 내 당뇨병 발생 위험이 2.5배지만, 같은 허리둘레라도 40~50대는 2배, 65세 이상은 1.8배다. 이런 현상은 고혈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상우 교수는 "젊은 사람들은 뱃살이 나왔어도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덜해 음주나 과식, 운동 부족 등 뱃살이 늘어나는 생활을 지속한다"며 "우리나라에서 뱃살 질환 최대 위험 그룹은 30~40대 남자 직장인과 폐경기 이후 여성"이라고 말했다.

[살 찌면 왜 배부터 나올까] 내장 사이 신축성 있는 공간, 잉여 지방 보관창고 역할 '남산형 뱃살' 만들게 돼

살이 찌면 왜 배부터 나오는 걸까. 남성의 뱃살은 주로 배 안의 내장과 내장 사이에 지방이 쌓이면서 생긴다. 이 때문에 배가 불룩해지는 남산형 뱃살이다. 여자는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지방을 피부 밑에 쌓아 두는 경향이 있어 피부가 접히는 뱃살이 많다. 하지만 폐경 후 여성호르몬 감소로, 나이 들면 여자도 남산형 뱃살이 된다. 내장과 내장 사이에는 애초에 지방세포가 많아 과잉 칼로리가 이곳에 지방으로 잘 축적된다. 내장 사이는 공간이 넓어 늘어나는 지방세포를 받아들이기에 신축성 좋은 공간이고, 움직임도 거의 없다. 잉여 지방의 보관 창고로 쓰기에 딱 좋은 곳이다. 간(肝)은 지방이 모자라면 만들고, 남으면 보관하도록 하는 지방 활용 장기인데, 내장 사이 지방은 혈류역학상 간 혈관과 밀접하여 지방 물류 창고로 쓰기에도 적당하다.

이렇게 쌓인 내장 지방은 혈당 조절과 지방 분해에 관여하는 인슐린을 잡아먹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높이고, 지질 대사 이상을 일으킨다. 인터류킨 등 염증 촉진 물질을 분비하여 암 발생과 노화도 촉진한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