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이생진詩 9편

몽블랑* 2013. 10. 1. 08:30
 
이생진詩 9편 

(1) 하늘로 가려던 나무 / 이생진

나무가 겁없이 자란다. 겁없이 자라서 하늘로 가겠다한다. 하지만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 갑자기 허탈해진다. 일요일도 없는 하늘에 가서 무얼한다 . 나무는 그지점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2) 고백 / 이생진

이젠 잊읍시다 당신은 당신을 잊고 나는 나를 잊읍시다 당신은 내게 너무 많아서 탈 당신은 당신을 적게 하고 나는 나를 적게 합시다 당신은 너무 내게로 와서 탈 내가 너무 당신에게로 가서 탈 나는 나를 잊고 당신은 당신을 잊읍시다

(3) 유혹 / 이생진

神은 날 직선으로 유혹했지만 나는 항상 곡선으로 달아났다. 圓으로 둘러주는 사슬을 가슴으로 풀며 조금씩 생기는 자유는 혼자 쓰기도 모자라서 기다리며 살아왔다.

(4) 고독 / 이생진

나는 떼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5) 이해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횡포를 막는 일 그것으로 둑이 닳는다

(6) 섬마당의 아이들 / 이생진

바다가 앞뒤로 들어찬 섬마당에서 아이들은 즐겁다 복잡한 내일이 보이지 않아 오늘이 즐겁다 소나무는 크면서 물 건너 미래가 보이는데 아이들은 고개를 들어도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 십 년 후엔 노인만 남을 것 같고 오십 년 후엔 소나무만 남을 것 같은 마을 지금 아이들에겐 그것이 보이지 않아 즐겁다

(7) 외로울 때 / 이생진

이 세상 모두 섬인 것을 천만이 모여 살아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욕심에서 질투에서 시기에서 폭력에서 멀어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떠있는 섬 이럴 때 천만이 모여 살아도 천만이 모두 혼자인 것을 어찌 물에 뜬 솔밭만이 섬이냐 나도 외로우면 섬인 것을

(8) 취한 사람 / 이생진

취한 사람은 사랑이 보이는 사람 술에 취하건 사랑에 취하건 취한 사람은 제 세상이 보이는 사람 입으로는 이 세상다 버렸다고 하면서도 눈으로는 이 세상다 움켜쥔 사람 깨어나지 말아야지 술에 취한 사람은 술에서 사랑에 취한 사람은 사랑에서 깨어나지 말아야지

(9) 다시 나만 남았다 / 이생진

다시 나만 남았다 영혼을 쫓아다니느라 땀이 흘렀다 영혼을 쫓아다니는데 옷이 찢겼다 자꾸 외로워지는 산길 염소쯤이야 하고 쫓아갔는데 염소가 간 길은 없어지고 나만 남았다 곳곳에 나만 남았다 허수아비가 된 나도 있었고 돌무덤이 된 나도 있었고 나무뿌리로 박힌 나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불쌍해서 울었다 내가 많아도 나는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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