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설신어

간군오의(諫君五義)

몽블랑* 2013. 10. 1. 08:50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따졌다. 
"제나라 임금이 정치를 묻자, 재물을 절약하라 하시고, 
노나라 임금에게는 신하를 잘 깨우치라 하셨습니다. 
또 초나라 섭공(葉公)에게는 가까운 사람을 즐겁게 하고 먼 사람을 오게 하라고 하셨지요. 
어째서 같은 물음에 대답이 다른지요?"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그 사람에 맞게 대답해준 것뿐이다. 제나라 임금은 너무 사치스럽고, 노나라는 못된 신하가 임금을 에워싸고 있다. 초나라는 땅덩어리만 넓지 수도가 좁다.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급선무가 같을 수 없는 법이지." "공자가어(孔子家語)" '변정(辨政)'편에 나온다.

이어 공자는 충성스러운 신하가 임금에게 간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말했다.

첫 번째가 휼간(譎諫)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고 넌지시 돌려서 간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는 사람이 뒤탈이 없고, 듣는 사람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잘하면 큰 효과를 거둔다.

두 번째는 당간(戇諫)이다. 당(戇)은 융통성 없이 고지식한 것이니, 꾸밈없이 대놓고 간하는 것이다. 자칫 후환이 있을 수 있다.

세 번째는 강간(降諫)이다. 자신을 낮춰 납짝 엎드려 간하는 것이다. 상대를 추어주며 좋은 낯빛으로 알아듣게 간하는 것이다. 우쭐대기를 좋아하는 임금에게 특히 효과가 있다.

네 번째가 직간(直諫)이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곧장 찔러 말하는 것이다. 우유부단한 군주에게 필요한 처방이다.

다섯 번째는 풍간(諷諫)이다. 비꼬아 말하는 것이다. 딴 일에 견주어 풍자해서 말하는 방식이다. 말 속에 가시가 있다.

한나라 때 유향(劉向)도 "설원(說苑)" '정간(正諫)'편에서 직간(直諫) 대신 정간(正諫)을 넣어 이 다섯 가지 간언(諫言)의 방식을 설명했다.

간언도 상대를 보아가며 가려서 해야 한다. 직간과 당간만 능사가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입바른 말을 해대면, 아무리 충정에서 나왔다 해도 윗사람의 역정을 불러 마침내 미움을 사 해를 입는다. 자신을 낮추는 강간은 자칫 천하게 보이기 쉽다. 아첨과 잘 구분해야 한다. 휼간과 풍간은 말귀를 못 알아듣는 임금에게는 백날 해야 아무 효과가 없다. 직간하면 발끈 성을 내고, 풍간하면 행간을 놓친 채 칭찬으로 알아듣는 임금은 방법이 없다. 간(諫)은 윗사람을 설득하는 일이다. 설득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정민의 세설신어 2011/02/17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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